분만병원 | 장스산부인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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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첫 번째 아기가 잉태되었을 때의 그 기쁨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살아온 세월 가운데 가장 큰 변화를 예견하는 것이었고,
생활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태도에도 달라지는 것들이 많은 전환점이었다.
나자신을 위한 삶에서 아기가 생활의 중심에 있었고, 아기를 생각하며 힘든 순간들도 기쁜 마음으로 보낼 수 있었다.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나는 출근길도 조심조심했고, 강의를 하면서도 즐겁게 했다,
학생들을 향해 긍정적인 말을 건넸고, 열정을 다했다.
왠지 아기가 뱃속에서 다 듣고 있을 것만 같아서 엄마로서 자부심을 갖고 생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모든 과정은 엄마로서의 준비였으며, 세상을 향해 첫울음을 울 내 아기를 향한 기다림이었다.
우리 부부는 아기 용품 하나하나를 적어가며 준비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잘 한 일은 제대혈을 보관하기로 계획한 것이었다.
내 아이가 평생 사용할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긴 인생길에 사람의 일을 어찌 알겠는가
보험 들듯 아기를 위해 제대혈을 보관해놓은 사실을 잊고 있다가
문득문득 떠올릴 때면 든든하고 마음이 놓인다.
아기를 출산하고 벌써 십 여 년이 흘렀다.
각종 기념일에 아이에게 이런저런 선물을 해줬지만
돌이켜보면 가장 잘 해준 선물은 제대혈 보관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필요할 시에는 살 수도 없는 가장 귀한 선물이 아니겠는가.
만기일이 되면 계속 연장 보관 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