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2017년
형부가 회사 후배를 소개해준다고 난리다
남자는 남자가 잘 보는데
누가봐도 착하디 착하고
키도 덩치도 좋고
피부는 아기처럼 희고
항상 웃는얼굴에 궂은일도 마다않고
회사내에서도 평판이 좋다며
거기다 금상첨화
술담배까지 안 한다며 형부가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을 칭찬을 했더랬다
이미 숱한 소개팅과 맞선으로 달련된 나는 속으로 코 웃음이 나왔다
훗
옛 부터 중매쟁이 말 절반만 믿으랬다지?
세상에 저런 완벽남이 존재한단 말인가
아무런 기대없이 마음비우고 날도 더운데 빙수나 한 그릇 완샷하고 와야지..가벼운 마음으로 나갔다가
약속장소에 앉았는 새하얀 아기곰같은
그대를 보고 사랑에 빠졌다 인정
한 쌍의 바퀴벌레처럼 누가 뭐래도 딱 붙어서
뜨거운 연애를 하고
축복속에 결혼했다
2018년 핑크리본을 달고 하얀 아기곰순이가 태어낳고
그 아기 이름은 수아라고 부르기로했다
남편과 나는
비용과 상관없이 당연히 제대혈을 보관하리라
진즉 결정했었다
엄마뱃속에서 아무런 이벤트없이 잘 커준 고마운 곰순이
자연분만으로 딱 힘 3번주고 쑴풍 나와준
금쪽같은 내 새끼
곰순이네 가족은
난생처음 해외로 가족여행을 가려고
아기 여권사진도 찍고 분주히 준비했다
그런데 출국을 앞두고 터진 코비드...
이름도 괴상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쳐서 모두의 일상을 이토록 흔들고 갈 줄누가 알았을까?
두어달 시끄럽다가 곧 사라지겠지..생각했는데
왠걸 어제도 오늘도 나는 집앞 슈퍼를 나갈때에도
마스크를쓰고
손 소독을 한다...
어릴때 보았던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일까
사람들이 머리에 커다란 헬멧같은 장비를 쓰고
다니던 모습이 현실로 다가올까...
문득 두려워진다
소중한 내 곰돌이들과
꽃피는 봄이면 흐드러지게 핀 봄꽃아래에서
인생샷 사진도 남겨보고 싶고
여름이면 시원한 바닷가에 놀러도 가고싶고
가을엔 단풍
겨울엔 스키장..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이들에게 느끼게 해주리라 다짐했는데
여행가서 입으려고 산 수영복은
우리집 욕조에서 물놀이하며 써야겠네
휴
한치앞도 모르는 우리네 인생...아무것도 못 하고
그저 집콕..집콕..집콕의 나날들
그래도 집에서 엄마와 뒹굴며
매일 같은 반찬을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주는 아이들을보니
미안하고 고맙다
잠든 아이들의 이마를 쓰다듬어며
오늘도 노래부른다
사랑하는 딸들아
너희들에게 꼭 푸른하늘 맑은공기를 되찾아줄게
우리 코로나가 끝나면
꼭 열심히 뛰어놀자
인생 후회없이 살자
이 다음에
다음에 나중에..라는 핑계는 대지않을게
어쩌면 우리 인생에 다음은 없을지도 모르니까
믿을 수 있는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들뿐이다
그래서 엄마아빠는 너희들의 제대혈을 보관했고
안전하게 잘 있단다
너희는 아무런 걱정말고
그저 지금처럼 무럭무럭 자라주렴...
너희들은 너희에게 주어진 이번생을 후회없이 즐기며 살아라
인생이란 다 그런거지
누구나 빈손으로 와
한편의 드라마를 쓰는 것
인생은 지금이야
아모르 파티
불안정한 우리의 인생에
아이코드 제대혈보관이 있어서
든든한 보험이라 생각하며
주어진 인생을 즐겁게 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