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글을 남겨야 하나...너무 늦었지만 이제서야 감사드립니다.

  • 김OO
  • 2015.08.17 오후 11:55:00

안녕하세요.

저는 4명의 아이들과 매일 전쟁같은 삶을 살고 있답니다.

제가 정말 아이코드에게 감사 드려야 할 일이 있는데 이제서야 용기를 내어 글을 올립니다.

글이 장황하게 길지도 모르겠고 지루할 지도 모르겠지만 끝까지 읽어 주세요.


올 해 첫째는 12살, 둘째는 10살, 셋째는 7살, 막내는 5살 입니다. 네 아이 모두 아이코드에 제대혈을 가입했구요.

첫째때는 제대혈 붐(?)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이곳저곳 알아보다가 반도체 연구원인 남편이 아이코드를 주변인들로부터 추천을 받았어요.

보관 방법이 정말 마음에 들어서 가입을 했고 자연스럽게 둘째, 셋째도 가입을 했지요.

그러다가 정말 선물처럼 성별이 다른 막내가 제게 왔습니다.

너무나 행복한 임신기를 보냈어요.

물론 위 세누나때와 다르게 임신성 당뇨로 고생을 했지만 그냥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사히 막내가 건강하게 태어났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다가 2013년 6월 콧물 감기로 병원에 갔다가 진료를 받으면서 전전날 귓볼에 생긴 붉은 반점과 병원 가기 전날 왼쪽 엄지 발가락에 멍이 든 것에 대해 물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원장님이 "혈액 검사를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입안에 멍이 들어 있어요."

하시는데 그때부터 정신이 반쯤 나가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원장님께서 결과를 보시고는 "어머니 너무 놀라지 마시구요. 혈액으로 나타낼 수 있는 모든 수치가 바닥입니다. 대학 병원에 소견서와 교수님께 미리 연락을 해 놓을테니 바로 병원으로 가세요." 라고 하시는데 병원으로 이동하는 30여분 동안 얼마나 지옥을 헤맸는지 모릅니다.

무섭고 두렵고 이렇게 어리고 약한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이건 분명 악몽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병원에 도착을 했더니 의료진이 준비하고 있더군요. 이런저런 검사를 하는 동안 내가 걷는건지 뛰는건지 숨을 쉬고는 있는건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았어요.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빨리 오라고 했습니다. 주말부부를 하고 있는터라 남편도 아마 엄청 놀래서 병원에 도착을 했고 골수 검사와 골수 조직 검사를 해야 하니 복도에서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의료진의 간단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드라마에서나 본 그 장면을 내 아이가 한다고 하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18개월 된 아들이 "엄마. 엄마. 아파"하는데 누군가 내 심장을 도려 내는 듯하게 아팠습니다. 내 아들에게 대신 아파줄 수 없어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는 지 모르지만 시간이 흐른 뒤 교수님이 "다행히 백혈병은 아니네요. 재생불량성 빈혈입니다. 바로 입원 치료 합시다. " 이미 정신은 제 정신이 아니였기에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전혀 모르고 있던 병명이 입에도 마음에도 머리에도 각인이 되질 않았습니다.

병실로 옮긴 뒤 레지던트에게 "내게는 4명의 아이가 있고 모두 제대혈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을 하니 레지던트는 "어머니 이 병은 제대혈로 치료하는 병이 아니니 교수님께는 말씀 드리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하는데 더이상 말을 잊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첫 회진이 있던 다음 날 교수님께서 "귀한 아드님을 얻으셨는데 마음이 많이 아프시죠?"하는 순간 알 수없는 서러움이 나를 무너지게 했습니다.

한동안 울어서 회진이 안 될 정도였는데 그 순간 '내가 이러면 안돼. 내 아들을 반드시 고쳐서 집으로 가야 해'라는 생각이 들면서 교수님께 제대혈을 가지고 있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교수님께서 "어디에 보관 중입니까? 제대혈을 산부인과에서 소개를 해주지만 정작 사용하는 곳은 소아과이고 차병원은 우리 소아과에서 믿는 곳 중에 하나입니다."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교수님께서 담당의에게 "바로 진행해"하셨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어요. 제가 아이코드에 전화를 했고 누군지 모르지만 전화를 받으셨던 아이코드 상담원께서 "어머님 더이상 걱정하지 마시고 다음부터는 담당의와 의논하겠습니다. 아이의 빠른 완쾌를 기원합니다." 그 어떤 말보다 제게 큰 힘이 되었어요.


그리고 이식은 2013년 7월 12일에 이루어 졌고 이식 하기 전까지 여러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너무 내용이 길어져서 그 중간은 빼겠습니다.

이식도 성공적으로 이루어 졌고 제일 문제였던 혈소판도 정상으로 올라오고 있었고 그러던 8월에 퇴원을 했습니다.


퇴원 후 일주일에 한번, 이주일에 한번, 한달에 한번, 두달에 한번 내원을 했었는데 지금은 석달에 한 번씩 채혈만 하고 수치만 확인하고 집에 옵니다.

면역글로블린이라는 몇 시간씩 맞아야 하는 주사도 오랜 시간 먹어야 하는 약도 지금은 없구요. 작년 4월부터 다시 모든 접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아들이 재생 불량성 빈혈로 자가 이식한 경우는 우리 나라에서 처음이고 세계에서도 6번째라고 하네요. 학회에 보고도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참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훌륭하신 교수님을 만난 것도 원인을 찾아야 한다며 일본으로 의뢰해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며 설명하던 담당의에게 얼마가 들던 상관없으니 빨리 의뢰하라고 할 수 있어서 다행이였고 가장 다행인 건 제대혈이 정말 잘 보관 되어 있었던 것 이겠지요.


너무 늦은 것 같지만 아이코드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아들이 더 이상 심하게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감사합니다.